# K형, 저는 정자 바닷가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돌미역을 채취하는 판지라는 곳에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파도가 이 바위들을 파괴하듯 거칠게 몰아쳤습니다. 순박한 어부는 “샛날에 북동풍이 시게 불어가 바다가 뒤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판지 바다의 파도는 민들레 홀씨처럼 달빛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바다의 모든 일몰과 일출에 고독했던 한 사내를 생각합니다. 바다 물결 위에서 그의 칼은 인문학적 치장을 거부했으며 단순함으로 전장의 바다로 나아갔던 이순신 장군입니다.

# K형, ‘징비록’(2015)이란 대하드라마에 ‘재조산하(再造山河)’가 등장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유성룡 대감에게 ‘재조산하’ 네 글자가 적힌 종이를 주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1593년 선조26년 윤11월16일 선조실록에 “유성룡에게 국정을 전임시키면 산하를 재조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드라마와 실록의 간극을 따지기보다 전쟁으로 피폐한 나라를 다시 만들어 회복시킨다는 재조산하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 K형, 르네상스란 말 잘 아시죠. 14∼16세기 서유럽 문명사에 나타난 문화운동으로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3월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르네상스울산’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그 때 어느 주막에서 재조산하와 르네상스의 본질적인 의미가 관통하고 있음을 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와 서애 유성룡 대감과 이순신 장군을 오늘의 역사로 소환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재조울산 르네상스울산을 노래한 그날은 진달래 꽃잎처럼 화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판지 바다에서 그날의 재조울산 르네상스울산을 되새겨봅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재조울산 르네상스울산을 위한 초심의 순수성이 영원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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