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천 도가 넘는 용암이 차가운 물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작은 바위 덩이가 발사체처럼 주변으로 날아갈 수 있다. 두 달 넘게 분화하고 있는 미국 하와이제도 하와이섬(일명 빅아일랜드) 동쪽 끝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흘러넘친 용암 덩어리가 7월 16일(현지시각) 인근 해상에 있던 관광객 보트에 우박처럼 떨어져 23명이 다쳤다.

피서(避暑), ‘더위를 피한다’는 말은 2천년 전 중국의 반고(班固)라는 사람이 ‘부채로 피서를 한다’는 <선시(扇詩)>에서 처음 썼다. 예법이 엄했던 조선시대엔 옷을 벗고 강물에 뛰어들면 풍기문란죄가 됐다. 그래서 나무그늘 아래서 부채를 부쳤고 그것을 납량(納涼)이라 했으며 계곡에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 고작이었다. 

1902년 어느 인쇄업자가 무더운 여름에 종이의 수축이 심해지자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명한 것이 에어컨이다. 미국인 캐리어는 인쇄업자로부터 무더위를 쫓는 장치를 의뢰받고, 뜨거운 물을 돌려 난방하듯 차가운 물을 돌려 냉방이 안될리 없다는 단순사고로 발명해 낸 것이 에어컨(냉방기)이다. 그런데 이 에어컨 원리는 이미 기원전 중국에서 실용화 됐었다.

한나라 영제(靈帝)는 여름에는 ‘나유관(裸游館)’이라는 여름궁에서 지냈다. 물을 끌어 그 궁안에 돌리고 잎이 한 길이나 되는 연꽃을 심어 그 연꽃 사이에 작은 배를 띄워 물을 뿌리게 했다. 물줄기가 연잎에 닿으면 냉기를 뿜어 자연 에어컨 냉방이 되었다. 그도 모자라 14세에서 18세 사이의 몸이 차가운 동녀들을 뽑아 옷을 벗겨 어전에 놀게해 ‘나유관’이라 했다.

세상에는 ‘피서불가’ 지역도 있다. 폭염으로 수백 명씩 죽는다는 인도 비하르 지방은 섭씨 50도가 넘으면 오전 10시부터 통행금지가 된다. 외국인은 생사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다닐 수 있다. 이곳 폭염 희생자는 허약한 노인들이 많다.

올 여름 살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의 기후 사이클이 망가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냉방과 온갖 피서문화에도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있으니 문명도 폭염 앞에서는 가소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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