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군수 비롯한 고위공무원 채용비리 개입
직원 성추행‧노조위원장 해고 탄원서 등
부실‧비리의 전형적인 모습 드러나고 있지만
경영진 뒷짐지고 하위직 담당자에 책임 전가
각종 평가‧경찰 조사 결과가 부끄러움 보여줘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정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더위다. 역대 최고의 기온을 몇 번씩이나 갈아치우는 더위 때문인지 체면 보다는 실용이 대세다. 당장 더위를 피할 수만 있다면 부끄러움이야 상관없이 옷을 홀딱 벗어버리고 계곡물에 들어가고픈 그런 날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옷을 벗는 것은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잘 차려 입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최근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은 전직군수를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이 개입된 채용비리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정채용한 인원만 모두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최근 발표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은 울산에서는 유일하게 ‘라’ 등급을 받았다. 자치구 시설관리공단 37곳 가운데 제일 하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경영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미,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은 많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듯이 퇴직 고위공무원을 위한 재취업자리로 실질적인 경영능력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이사장, 본부장으로 재임해왔다.
전직 이사장은 성희롱 논란으로 물러난 바 있으며, 2015년과 2016년에도 행정안전부의 경영평가 결과 ‘다’ 등급을 받은 바 있지만,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엔 관리직 직원의 성추행을 비롯해 노조위원장 해고를 위한 탄원서 작성 등 추가비리가 드러났다는 지역신문의 보도까지 그야말로 부실과 비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언제나 그렇듯 업무를 담당하는 하위직 담당자 몇 명에게 책임이 전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영진이 일반 직원과는 달리 많은 봉급을 받고, 직원들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할 때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의 설립목적에 대해 알아봤다. 행정의 경영화로 경쟁력 제고와 전문화된 시설관리로 주민에게 편익제공, 시장경쟁원리 도입을 통한 책임경영으로 지방세수 증대가 그 목적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실질은 낙하산식 인사와 전문성이 결여된 경영으로 설립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이번 행정안전부의 경영평가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처의 유교경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부끄러움의 옷은 모든 장식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쇠갈퀴와 같아 사람의 법(法)답지 못함을 다스린다. 그러므로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고 잠시도 그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제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옷보다 부끄러움의 옷이야 말로 가장 으뜸가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군수가 바뀌고, 울산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군수가 바뀌었다고 해서 벌어지는 정치적 보복 운운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각종 평가와 경찰의 조사 등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결과가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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