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눈(雪)이라는 뜻의 ‘히마’와 ‘집’을 의미하는 ‘알라야’가 합쳐진 말이다. 눈이 사는 곳, 즉 ‘눈의 집’이다. 국내에서 히말라야 8,000m 급 봉우리 14개를 모두 오른 사람은 6명이다. 2000년 7월 엄홍길, 2001년 7월 박영석, 2003년 7월 한왕용, 2011년 9월 김재수, 2013년 5월 김창호, 2018년 7월 김미곤 씨 등이 14개 봉우리를 완등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박영석(1963~2011)은 2011년 10월 18일 세계적 난코스였던 안나푸르나 남벽 등정 도중 신동민·강기석 대원과 함께 실종됐다. 헬기가 정밀 수색을 했지만 등정에 쓴 로프만 발견했다. 시신 없는 합동 영결식이 11월 3일 열렸다. 세계 3대 난코스(에베레스트 남서벽, 안나푸르나 남벽, 로체 남벽)에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선 박영석 대장은 결국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품에 안겨야 했다.

10월 14일 수색대는 히말라야 14좌(座)를 완등한 또 한사람 김창호 대장 등 ‘2018 코리안 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유영직, 이재훈, 임일진 정준모씨, 네팔인 셀파 4명) 대원 9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김창호 대장 등 원정대의 네팔 구르자히말(7,193m) 남벽 도전은 9월 28일부터 시작됐으나 해발 3,500m 지점 베이스캠프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현지 수습대에 따르면 사고 시점은 10월 9~10일께 밤으로 추정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불어닥쳐 원정대원들이 잠자고 있던 텐트를 수백m의 산아래로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창호 대장은 7년 전 박영석이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됐을 때 구조대에 자원했다. 수색작업때 절벽을 오르다 로프가 빠지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한 그도 결국 히말라야의 품에 영원히 안겼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새 등반로를 개척하는 ‘코리안 웨이’의 선구자였다. 2년전 네팔 강가푸르나 남벽에도 신(新) 루트를 개척했다.

그가 그동안 목숨을 걸고 새로 뚫은 루트는 8개에 이른다. 그 공로로 ‘산악계의 오스카상’인 황금피켈상 아시아 부문상을 2012년에 받았다. 그의 도전은 이제 멈추고 말았지만 ‘히말라야의 별’이 된 그의 도전 정신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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