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 속 인물들 리더십․애민정신
잇속 챙기기 바쁜 현 기득권 정치와 비교
국민 위한 ‘실사구시’ 정신 먼저 발휘하길

 

최은진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최근 극장가에는 입소문 난 영화들이 꽤 많다. 그 중 두 편을 지난 주말에 연이어 봤다. ‘역사적 팩트에 작가의 상상력이 버무려져 남다른 재미와 날카로운 통찰을 엿볼 수 있다’는 일부 평론가들의 비평은 필자의 발길을 이끄는데 큰 힘이 됐다.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더욱 팍팍해진 삶에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문화생활이 아니었던가. 오랜만에 가족과 파노로마 스크린에 흠뻑 취한 시간은 뜻밖의 가을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화려하고 격렬한 전투신의 ‘안시성’은 필자를 학창시절의 역사 시간으로 되돌려 놓았다. 영화 속 간간이 나온 교훈적인 명대사는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압권은 안시성 성주 양만춘의 대사였다. “너는 이기는 싸움만 하느냐”다. 사물(남주혁)이 당나라 대군에 맞서는 일은 자살행위라며 걱정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응전할 것을 독려하는 말이었다. 지금의 우리네 상황에도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죄와의 전쟁, 탈세와의 전쟁, 부동산과의 전쟁 등 각종 정책 싸움이 끊이지 않은 까닭이다. “나는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대사도 그렇다. 우리가 처한 작금의 사정이 워낙 힘들고 어렵다보니 전하는 메시지가 짠하게 다가왔다.

개봉되기 전부터 조승우 등 연기파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명당’도 색다른 흥미를 선사했다. 땅의 기운을 점쳐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땅의 기운으로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 간의 대립과 암투가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땅을 차지한 자, 세상을 얻을 것이다’는 부제가 암시하는 바를 생각해 보려는 노력은 필자의 무뎌진 역사의식과 둔감한 사회의식을 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권력의 속성과 비열함, 절대 권력에 무기력한 백성들의 모습도 실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함축성 있게 연출한 듯해 시대를 초월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흔히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쓸모없다’고 한다. 하지만 되돌아보고 고치려는 지혜는 늘 필요한 법이다. ‘안시성’과 ‘명당’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애민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도자가 부와 명성, 안락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과 사회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한 모습은 감동적이다. 두 영화 모두 엔딩후의 역설적인 사족과 역사적 사실성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서구의 역사에서도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피로스 왕이 강적인 로마군과 싸워 두 번 승리하고 세 번째 싸움에서 패해 망했다. 너무 잦은 전투로 유능한 장수들과 부하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상처뿐인 영광, 이기고도 진 싸움, 너무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이익을 일컬어 ‘피로스의 승리’라도 불린다. 공교롭게도 로마를 이겼을 당시 피로스 왕은 “이런 승리를 한 번 더 거두면 우리는 끝장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을 생각하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두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필자에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역사와 현실 속에서 ‘과연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다.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기득권 정치의 탐욕성을 새로이 확인시켜 주니 말이다. 어디하나 기대할 정당도 없고 정치인 개인하나 존경받는 이도 드물지 않은가.
요즘 ‘금배추’, ‘금금치’, ‘금징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수산물도 상승 행렬에 가세하며 장바구니·밥상 물가가 전체적으로 치솟는 형국이다. 서민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이 난다”며 푸념이다. 상인들도 “손님들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날씨 영향과 경기불황 속에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꼴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지도자와 리더십에 목말라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먼저라는 얘기다. 서민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고 이들의 살림살이를 순탄하게 이끌 책임이 지도자들에게 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민을 위한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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