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상주차장 관리직 근무 실태
원청 격인 대구시설공단과 구청, 책임 회피 지적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면 퇴근.  

근무 시간만 보면 일하기 좋은 직장처럼 보이지만 하루종일 추위에 떨어야하는 일자리. 

점심 시간에도 업무를 손에 놓지 못하고 화장실조차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이들.

오늘도 사투를 벌이는 노상주차장 관리직 이야기다. 

◇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엉덩이 한 번 붙이기도 어려워 

대구 동구의 한 노상주차장에서 일하는 A씨는 30여개 주차면을 관리하고 있다.

노상주차장이란 도로의 가장 바깥쪽 차선에 주차칸을 그려놓고 주차비를 받는 소규모 주차장을 말한다. 

차를 대면 관리원이 다가와 종이에 주차 시작 시간을 써 주고 나갈 때 요금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A씨는 종일 바깥에서 주차장을 관리하는데 잠시 앉아 있을 곳도 마땅치 않다. 주차선 옆 도로를 걸어다니다가 허리가 아프면 잠깐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돌린다. 

화장실을 쓰기도 눈치가 보인다. A씨가 맡은 구역 주변에는 동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이 하나도 없어 개방된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  

요즘 상가 화장실은 대부분 번호키나 열쇠로 잠겨 있어 친한 가게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이용이 힘들다.  

인심이 후한 상점 직원이나 주인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6년째 노상주차장 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는 겨울철마다 추위 때문에 얼굴과 손이 터서 빨갛게 부어오른다. 

영하권의 추위에서 하루 10시간 가까이 바깥에 있다보니 피부가 멀쩡할 리 없다.

그에게는 점심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언제 차가 빠질 지 모르기 때문에 실내에서 편히 밥을 먹다간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 

차와 차 사이, 매캐한 매연 속에서 의자 하나에 몸을 지탱한 채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먹는 게 B씨의 일상이다. 

◇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 숱하게 많아…구청, 공단은 '민간위탁' 핑계만

대구 노상주차장 운영 주체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대구시설공단에서 39개를 운영 중이고 8개 구·군이 수십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직영으로 운영되는 주차장은 노동 환경과 처우 모두 법의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직영은 극히 일부에 불구하다. 공단에서는 33개를, 구·군에서는 대부분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민간위탁의 경우, 선정된 민간 사업자가 공단이나 구,군에 사업비만 낼 뿐 운영도 자체적으로 하고 관리요원도 사업자가 직접 고용한다.  

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60대 이상의 어르신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주고 주차장 관리를 맡기는 식이다. 

중구의 한 노상주차장을 맡고 있는 66세 어르신은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번다. 금액이 적긴 하지만 나이가 많아 받아줄 곳도 없어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구에서 일하는 70대 어르신도 "자식들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이렇게라도 벌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사업자 측에서는 한파시 주차 관리요원들에게 방한복이나 핫팩, 장갑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근무 규정이 없고 마스크도 개별적으로 사야 한다.

문제가 되는 민간 위탁 노상주차장 중 일부는 월급제가 아닌 사납금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곳도 상황이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주차관리요원이 하루 수익 중 일부를 사업자에게 납부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갖는 식인데, 납부해야 하는 돈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예컨대 사납금이 1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하루에 20만원을 버는 날이나 10만원도 못 버는 날이나 항상 10만원을 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주차비를 제대로 못받을 경우 못받은 만큼의 돈이 고스란히 B씨의 월급에서 빠지는 것이다.

동구에서 일하는 40대 C씨는 이 때문에 무단횡단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한 차라도 놓칠까 도로 가운데 설치된 중앙분리대를 수시로 타넘으며 다니는 탓에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대구시설관리공단과 각 구청의 입장을 물어본 결과, 민간 위탁 사업의 경우 계약서에 노동자 관리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명시하지 않고 있고 직접 관여하지도 않는 답만 돌아왔다.

대구시설공단 관계자는 "민간위탁 주차장의 노동자 근무 환경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더 챙기려고 하겠지만 직접 운영이 아니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편의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상주차장을 운영하는 실질적 주체가 민간 위탁을 핑계로 노동자 권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 환경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아웃소싱'의 단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한솔 노무사는 "서울이나 경기도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간 위탁 노동자의 경우 생활 임금을 적용받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가 계약을 할 때 민간사업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안내하는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근무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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