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제 반려 두고 '세계 최초' 놓칠라?
체감할 수 있는 5G 환경 구축 이제부터 시작
더 비싼 5G폰에 더 비싼 5G 요금제…주력은 4G
전문가들 "인내심과 긴 전망, 현실감 필요해"

세계 최초의 5G폰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정작 정부의 5G 요금제 심의에 막혀 '세계 최초'라는 5G폰 출시 타이틀을 미국에 내주게 됐다며 우려를 쏟아낸 바 있다.

17일 전파인증을 통과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는 버라이즌보다 일주일 빠른 4월 5일 국내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조급해 하는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요금제 재심의가 남아 있지만 시간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5G폰 세계 최초 출시 타이틀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앞서 4월 11일 5G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나 현지 언론 보도에서 '세계 최초'라는 표현은 정작 찾아보기 힘들다. 

◇ '세계 최초'를 위해 요금제는 일방적이어도 되나 

포브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버라이즌이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에서 5G 울트라 와이드밴드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토로라의 5G폰(모토 Z3+5G 모듈)을 통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 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대부분의 현지 매체들은 서비스 규모에 집중하는 반면 '세계 최초'는 거의 강조하지 않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5G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과 지원 장치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작년 10월부터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새크라멘토, 인디애나폴리스 등 일부 도시에 가정용 5G 핫스팟 서비스를 구축했다. 하지만 가정을 벗어나면 4G LTE로 전환되고 그마저도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5G폰은 등장하지도 않았다.

AT&T도 작년 12개 도시에 이같은 5G 서비스 지역을 구축했고 올해 본격 확대에 나선다. 스프린트는 5월까지 9개 도시에, T-모바일은 올해 안에 30개 도시에 5G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5G 서비스 제공은 202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5G 통신장비 개발은 중국이, 5G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이 빨랐지만 세계 첫 5G 송출 타이틀은 한국이 가져갔다. 업계는 역시 세계 첫 5G 상용화 서비스를 위해 5G폰도 한국에서 먼저 출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값비싼 5G폰을 사용해 소비자가 얻는 체감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

◇ 5G 요금제 아직 근거 부족…"사용자 환경에 따른 맞춤형 요금제 나올 것"

일각에서는 '세계 유례가 없는 통신비 사전 요금 인가제도가 통신산업 성장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과기부 등 정부를 비판한다. 과기부가 "대용량 데이터의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SKT의 5G 요금제를 반려한 것이 발단이 됐다. 

버라이즌이 내놓은 요금제는 기존 4G LTE 요금제인 75달러 / 85달러 / 95달러 요금제 3종에 각각 10달러씩을 추가했다. 세금을 더하면 우리돈으로 10만원 대에 달한다. 그마저 가장 비싼 105달러 '어보브 언리미티드(Above Unlimited)'는 월 75GB의 5G 데이터를 제공하고 모두 소진하면 4G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SKT가 심의에 제출한 5G 요금제는 월 150GB 제공에 5G 데이터 소진시 4G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7만원대로 알려졌다. 150GB나 절반 수준인 75GB는 5G 네트워크에서는 '순삭'이다.  

과기부의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한국인 1인당 스마트폰 데이터 월 사용량은 7.4GB에 달했다. 4G LTE 도입 1년 뒤인 2012년 12월 월 사용량 1.79GB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같은 변화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도입의 영향이 컸다.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의 경우는 20GB에 달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사용 가능한 용량이 늘어날수록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5G는 이론적으로 초당 최대 2.5GB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1분이면 최대 150GB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초기 5G 네트워크가 이같은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보더라도 75GB나 150GB는 데이터 용량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때문에 5G 요금제는 데이터 용량보다 네트워크의 질로 승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점진적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등 네트워크 환경의 영향이 큰 콘텐츠와 서비스에 따라 이용자가 요금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5G는 사용 목적에 따라 네트워크를 분리해 고객 맞춤형으로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5G 네트워크는 통화 시간과 데이터 통신 용량에 따라 매월 요금이 정해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네트워크를 분할 해 특정 대역을 특정 용도에 적합한 형태로 할당 할 수 있는 '네트워크 쪼개기(network slicing)'가 가능하다"며 "기존에는 모든 장비가 일률적으로 동일한 네트워크 대역을 사용해야 했지만 5G에서는 영상 전송용 카메라와 같은 대용량 네트워크 장치나 원격 의료와 같은 초저지연성이 필요한 작업을 구분해 데이터 용량과 속도를 조절하는 등 장비와 서비스에 따라 데이터 처리 용량을 최적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통신료 부과 방식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4G에 비해 5G는 고속 대용량 네트워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높아졌다고 해서 요금제를 무조건 올리기도 힘든 구조다. 데이터 통신이 빨라짐과 함께 비트 당 전송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5G 요금제 접근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 5G폰, 아직 사면 안되는 이유 

전문가들은 5G 서비스를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기 까지는 2020년 이후 2021년쯤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5G 서비스가 완전히 갖춰지는 시기는 2022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5G 서비스의 시작점인 '원년' 이상의 의미 부여는 무의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기업 빅 스위치 네트웍스의 더그 머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같은 네트워크 기업이 휼륭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도 스마트폰이 규격에 맞춰 제공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요금제는 차치 하더라도 5G폰 사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얼마 되지 않는 5G 핫스팟 지역을 벗어나면 현재 사용중인 4G를 써야 한다. 5G 칩셋도 앞으로 여러차례 개선 버전이 나올 전망이다. 올해 출시되는 대부분의 5G폰은 퀄컴의 X50 칩셋을 사용하지만 퀄컴은 이미 2세대 X55 칩셋을 공개한 상태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시장조사 책임자 스티브 코닉은 "5G 네트워크 지원 휴대전화가 미국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2022년 말까지는 5G를 켜도 당장 5G를 경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IT 자문기관 가트너의 마크 훙 애널리스트는 "향후 3~4년 내에 5G 커버리지가 유비쿼터스를 상당히 진전시킬 것"이라며 "올해는 커버리지가 상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5G폰의 등장이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200만원이 넘는 5G폰을 구입하고 5G를 제대로 경험해볼 수도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도체 전문 컨설팅 그룹인 린리 그룹(Linley Group)의 애널리스트 린리 그웬냅은 "약속한 1밀리 초의 대기 시간은 가장 가까운 스마트 셀 또는 타워에 대한 연결만을 다루며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데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에코시스템(Mobile Ecosystem) 애널리스트 마크 로웬스타인은 "인내심과 긴 전망, 현실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 3위 이통사인 T-모바일은 최근 기존 4G 요금제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T-모바일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네빌 레이는 "5G에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가격이 지금보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LTE(4G)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T-모바일은 월 70달러에 LTE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 인수에 나선 상황에 향후 3년간 요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카드'를 내세운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5G가 본격화되는데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만큼 비중이 크지 않은 5G 매출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부 통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5G 요금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널리 보급되면 요금도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은 있지만 현재의 4G에 비해 얼마나 높아야 적정 수준인지, 또 5G가 보급되면 기존 3G나 4G의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나 연구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가트너는 5G 네트워크를 신경망처럼 전국에 90% 이상 구축되는 국가로 2023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호주·일본·중국을, 2026년까지 영국·프랑스·스페인·포루투갈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은 2026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국지적인 5G 서비스 국가로 분류됐다.  

가트너는 또 "대부분의 통신사들이 자사의 서비스가 5G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LTE를 리브랜딩한 것이거나 한 단계 발전시킨 것, 또는 매우 제한된 범위에 서비스 되는 5G의 하위 집합일 수 있다"며 경쟁적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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