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1969년 7월 20일 미국 아폴로 11호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1972년 아폴로 17호 유진 서넌 선장까지 모두 24명의 미국 우주인이 달에 다녀왔다. 아폴로 11호가 촉발한 달 탐사 경쟁은 금방 끝이 났다.

구 소련 역시 1976년 무인(無人) 달 탐사선 루나 24를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당시 달 탐사는 냉전시대 체제 경쟁의 일환이었다. 1957년 소련의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달은 미국인이 먼저 밟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아폴로 탐사에 연방 예산의 4%를 쏟아 부었다. 소련은 진 싸움에 더는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밤에 섭씨 영하 180도로 떨어지는 달의 극한 환경을 견딜 기술이 없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달에서 낮에만 잠시 머물렀다. 태양전지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그땐 없었다. 20세기 초 정복된 남극이 기술의 한계로 50년 넘게 방치된 것과 흡사하다.

달이 갑자기 부산해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달 반대편에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2월엔 이스라엘이 민간최초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를 발사했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다시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인류는 왜 달에 가려고 하는 것일까. 새로운 달 탐사는 단순 착륙이 아니라 수십 일씩 장기 체류가 목적이다. 탐사 목적도 분명하다. 달은 지구 바깥의 심(深) 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달 탐사를 위해 개발된 극한 기술이 유용해졌다.

달은 황량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원이 풍부하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인도 탐사선 찬드라얀1호는 2008년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달 남극에 막대한 양의 얼음이 있음을 확인해 경제적 가치가 재평가 됐다. 한국은 2020년까지 달 궤도선 발사를 발표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꿈 자체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역사는 늘 새로운 땅을 찾아 바다와 산을 넘은 이들이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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