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수준 병원’ 우수한 의료진 확보 핵심
UNIST 연계 교수직 부여땐 스타급 의사 영입 가능
의생명공학기술 등 산재전문 공공병원 활용 큰 도움

 

강길부 국회의원

지난번 칼럼에서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설립과정을 살펴봤다. 그럼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정부는 총 사업비 2,333억원에 300병상 16개 진료과에 2개 연구소 규모로 만들겠다고 했다. KDI에서 올 하반기에 사업적정성 검토를 하고 있어, 내년 설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울산시민들이 서울에 가서 진료 받지 않고, 울산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병원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필자는 산재병원 추진 과정에 서울대병원 원장을 만나 조언을 들었고, 서울대병원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서울 보라매병원, 연세대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을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병원을 만들려면, 우수한 의료진 확보가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수한 기자재와 시설도 필요하지만, 우수한 의료진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가 서울 보라매병원이다. 1955년 서울 영등포시립병원으로 출발했던 보라매병원은 서울시의 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운영상 문제가 심각했다. 의료수준이 낮아 시민들이 찾지 않았다.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 1987년 서울대병원에 운영을 맡기면서 부터다. 4년간의 공사 끝에 1991년 보라매공원 내 현 위치에 300병상 규모로 신축이전했다. 지금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과 같은 병상수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진료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보라매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났다. 지금은 761병상 규모에 연간 약 85만명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진주의료원 폐업의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수십년 동안 지방에 병원을 운영해 본 결과, 우수한 의료진 확보가 어려워 환자들은 외면했고, 병원운영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방의 공공병원에는 수도권보다 월급을 두 배 준다고 해도 내려오지 않는다는 한탄도 들린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UNIST와 연계가 돼야 한다. UNIST 교수직을 주어 신분상의 안정과 연구활동을 하는 동시에 진료는 산재병원에서 하게 되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의사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 산재병원 추진과정에서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현대아산병원 등의 의사 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UNIST 교수직을 주면 지방의 병원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더니 하겠다고 대답한 의사가 77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수도권 병원의 유명한 스타급 의사 한 분이 계신다. 그 분에게 진료 받는 전국의 환자가 3,000명이 넘는다. 그 분도 만일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UNIST와 연계될 수 있다면, 울산에 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만일 그 의사가 울산에 오게 되면, 전국 3,000명의 환자가 울산에 와서 진료를 받을 것이다. 그런 스타급 의사 몇 분만 데려온다면, 울산 산재병원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병원이 될 수 있다.

UNIST에는 이미 재생재활 의학을 위한 의생명 공학기술, 응급정밀 진단을 위한 센싱기술, 암 등 만성질환의 조기진단 및 치료기술 등에 60명이 넘는 세계적 석학들이 500억 이상의 연구장비를 활용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200억 이상의 바이오의료 관련 연구개발비를 받고 있으며, 이미 10여개의 의료 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이를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활용하는 것이 울산시민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노동부와도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노동부는 독일의 산재병원처럼 최고수준의 병원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다. 노동부가 원하는 외과, 재활의학과, 직업병 등의 분야부터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의사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병원을 키워 가면, 우리도 독일의 산재병원처럼 최고 병원을 만들 수 있다.

혹자는 ‘울산에서 정말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병원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UNIST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전국의 대학이 구조조정 되고 있을 때,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산재전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병원은 반드시 가능하다. 지금부터 10년 후,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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