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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대상에 수색 당하는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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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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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병길 주필






 대통령까지 `우리 총장님'이라던 
 검찰총장 7월 26일 임명 이후부터 
 9월 9일 법무장관 취임 후 드라마 같아

`적폐청산'의 영웅이라던 검찰 
 본격 수사 나서자 갑자기 적폐로 몰아 
 대통령 검찰총장 임명권 박탈이 `개혁' 

“악당(검찰)의 가족 인질극”.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8월29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한 코멘트였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저질 스릴러’라고 했다. 라디오에서 “조후보자가 직접 책임져야할 상황은 한 개도 없다”며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다. 네가 안 물러나면 가족을 건드릴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라고 했다. 
7월26일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9월9일 조국 법무장관 취임까지 검찰과 여당, 청와대의 변화무상한 모습을 보면 흥미진진한 한편의 드라마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윤 총장’이란 말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 준다. 윤 총장은 전 정권에 대한 무리한 수사의 책임자였고,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그 이득을 봤다. 그런데 그런 ‘우리 총장’에게 ‘우리 권력에도 엄정하라’고 했으니 유체이탈 미사어구처럼 들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말했을 때 마치 호랑이가 “원래 나는 고기 보다는 채소를 더 좋아해”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취임사에서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자신의 법 집행 방향을 제시했다. 
8월29일 청와대 정무 수석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기밀 누설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셜미디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정무수석은 정치 문제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때로 대행하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처벌 주장에 ‘좋아요’한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고, 정책위 의장은 “구시대적 적폐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적폐청산의 영웅’이던 검찰이 갑자기 ‘적폐’가 됐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반민주적 행위” “반 인권적 불법행위”라는 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든 정부든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검찰이 정권 실세와 그 가족을 둘러싼 무수한 실정법 위반 의혹에 손대자마자 180도 돌변해 검찰을 협박했다. 같은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 치고는 너무나 달랐다. 결국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요구하는 검찰 모습은 상대방만 무는 충견(忠犬)이라는 얘기 같다. 
권력에 반항하거나 적대 관계에 있는 세력을 다스리려면 수사기관을 장악해야 한다. 수사는 적대 세력을 제압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대통령이 직접 하명하는 사건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조사, 구속, 기소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법적 수단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장관이 바로 법무장관이다.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검찰청법 제8조)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조국과 관련된 불법과 탈법, 편법 의혹에 비춰보면 그가 법을 다루는 법무장관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一家)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했지만 과연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제대로 규명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가차 없는 수사로 지난 정권의 권력을 척결한 ‘윤석열 검찰’의 공정성과 정치 중립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국 일가 수사 결과에 따라 현 검찰이 말 그대로 ‘국민의 검찰’인지, 정권의 충견(忠犬)인지는 드러날 것이다. 
검찰총장의 취임을 강행했던 여당은 그에 대한 강한 의구심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신임장관이 그 개혁의 대상인 검찰로부터 수색을 당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사람이 먼저다’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 지향점이다. 다만 전자의 사람이 보통 명사라면 후자의 사람은 고유명사라는 점에서 다르다. 전자가 물질이나 제도보다 인간다운 삶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라면 후자는 특정 개인이나 사적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소신의 일단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관련 수사가 만약 실정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면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검찰의 정치 중립은 검찰총장의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역대 검찰총장 모두가 중립 약속을 했으나 행동은 그 반대였다. 검찰을 정권의 사냥개에서 중립적 수사기관으로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뽑지 못하게 하고, 검사 인사권을 검찰인사위원회 같은 곳에서 실질적으로 행사하게 하면 된다. 문 대통령이 희망하는 검찰 개혁의 지름길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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