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두동구의회 의원

쇠평마을 수목원 진입로 확장 명분 아름드리소나무 훼손
언론 보도후 “생육상태 좋지않았다” 답변…지금도 자행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연 배려·훼손 최소화 힘써야

맑은 약수에 차를 끓이며 찻잔을 데우는 동안 잠시나마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본다. 이렇게 황금빛과 오색으로 물들여진 깊은 가을날들이 농익어가는 아름다운 모습들은 마치 우리네들의 인생에 중년쯤으로 묘사된다. 농축된 찻잎은 끓는 물과 동화되면서 제 몸에 있는 향과 약성의 맛을 짜낸다. 차의 깊은 맛은 산사에 계시는 주지스님과 마주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의 향기를 느끼고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든다. 
사문의 세계에서 세속을 바라보며 느끼는 모습들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주옥같은 말씀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차를 마시는 수는 늘어간다. 차향과 함께 가슴으로 전해지는 스님의 귀한 말씀들은 세속에서 잠시 흐트러졌던 내 마음과 정신이 맑아지고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이 정화되어 다시 올곧은 소신과 긍정적 일심으로 되돌려 놓인다. 법당 서까래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 또한 스님의 법문처럼 듣기 좋고 부처님 마음 내 마음, 부처님 마음 우리의 마음임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으로 와 닿는다. 산속에서 나오는 물을 한 종제기에 떠 마실 땐 별 의미와 생각이 없지만, 찻물을 끓여 찻잔에 따르다 보면 물의 소중한 의미를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일상 속에서 우리들은 차 한 잔의 값을 귀함으로 알아야 한다. 우리의 입속과 마음을 데워주는 차를 마시며 머리와 가슴에 가득한 잡념과 오만, 이기심들을 비워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뒤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각자의 하는 일과 앉거나 서 있거나 그 자리에서 누구나가 내면 밖으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래야만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정행과 정언, 정도, 정심을 잠시 굽어졌던 마음과 정신을 바로 다잡아야 한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이유이며 차의 향기로 인해 자기 자신의 수양이기도 하다. 
일을 하다보면 상부와 상급자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무리해야 할 때 가 있다. 특히 직장이나 행정기관은 그런 경향들이 대부분이다. 행정권자와 상급자의 판단이나 의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순리적이냐, 물리적이냐 등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행정기관에서 행정권자의 생각과 계획만으로 모든 공무가 진행되어온 현실들이다.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나 자연 생태 환경을 한번 생각해보고 숲과 나무들을 무작정 베거나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해선 안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선물을 내어주는 소중한 것이며 영원한 존재이자 친구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자연에 대한 배려와 사랑과 관심으로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구의 한 사례를 들여다보자. 최근 동구 동부동 쇠평 마을 수목원 진입로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생육상태가 아주 좋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어버린 황당한 일이 필자와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제보로 언론에 거론됐다. 
집행부에서 필자에게 보내온 서면 답변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했다.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소나무들을 베어버린 것”이라고 하는데 바르게 잘 자란 수십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공무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린 그들의 마음과 눈에는 탐욕과 오만으로 가득했을 뿐, 자연의 소중함과 귀함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였다면 과연 그렇게 자연 생태 환경을 훼손했을까?'는 질문을 하고 싶다. 
누구든 자연을 함부로 해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사람의 늙음과 생과 사는 하늘에 의해 정해진 것처럼 한번 지나간 세월은 돌아올 수 없다. 숲을 헤치고 베어진 나무는 다시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무리하게 ‘개발’이라는 이유로 자연에 대한 배려는 무시된 채 지금도 훼손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이 자연이 만들어준 차를 마실 자격이 있을까? 차를 마시며 향기를 느낄 수 있으려면 그만한 인격과 생각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차 한 잔에 들어 있는 자연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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