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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아이’…대통령·여배우의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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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11.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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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골프치다 들킨 전두환 전 대통령 
집에서 감옥살이하는 신격호 회장 
딸에게 "나를 왜 엄마라 불러” 윤정희 

사람들 가장 아끼고 싶은 기억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억 
휴대폰·디지털 의존 심하면 치매 제촉 
 

김병길 주필




흔히 ‘머리가 좋다’는 말은 기억력이 비상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 살 때 천자문을 떼었다는 신동(神童)은 기억력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한 찬사였다. 학교 교육이나 시험은 아직 기억력의 경쟁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컴퓨터의 시대가 오면서 기억력은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세살 때 천자문을 뗀 신동은 빛을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저 친구 이름이 뭐더라?”“휴대폰이 어디 갔지?”“갑자기 단어가 생각 안 나네” 나이가 들면 이처럼 사소한 것도 ‘깜박깜빡’하는 때가 많다. 쉬운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물건을 둔 자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현관문 비말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머릿속이 하얀 백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들이 잦아진다. 

30세 이후부터 뇌세포는 감퇴하기 시작하며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과도한 알콜 섭취, 영양부족이 심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100세대 시대, 삶의 질을 위해서는 미리 챙겨야할 것이 바로 기억력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과 디지털기기 의존이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스마트폰이 인간의 뇌를 대신해 ‘기억’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두뇌활동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영츠하이머’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영츠하이머는 ‘젊은(Young)세대’와 ‘알츠하이머(Alzheimre )’를 합성한 용어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와 무수히 많은 신경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다. 호흡, 맥박, 체온과 같은 생명 현상부터 기억, 감정, 추리, 창조 등 인간의 모든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몸무게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루 신체에너지 소모량의 20%를 사용한다. 같은 무게의 근육과 비교했을 때 혈액·산소를 10배 정도 더 사용한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활성 산소나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독성 물질도 뇌세포를 공격해 기억력 감퇴를 촉진한다. 
치매의 한자는 미치광이 치(癡), 어리석을 매(呆·‘태’자라고도 읽는다)다. 글자 그대로면 ‘어리석은 미치광이’란 뜻이다. 일본 역사 중 메이지(明治) 초기 의학 용어집에는 라틴어 ‘Dementia(정신이 없어진 사람)’를 ‘광(狂)의 일종’이라고 번역했다. 그 뒤 치광(癡狂), 치매 등으로 번역되다가 1900년대 초반 유명 의학자가 광(狂)이란 글자를 피한다는 취지로 ‘치매’로 쓰기로 했다. 한반도에서도 이 단어가 쓰였다. 아마도 항간에 쓰였던 ’노망(망령)‘ 보다는 의학 용어 냄새가 난다고 봤을 것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치매가 차별적 표현이라 하여 2004년 후생성이 나서 ‘인지증’으로 바꿨다. 혈관장애, 알코올, 파킨스병 등으로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증세를 통틀어 말한다. 
플라톤은 기억을 ‘최상의 복사물’이라고 했다. 이후 철학자들은 그 은유의 대상을 파피루스, 양피리, 책, 사진, 하드디스크 등으로 바꾸어 갔을 뿐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세상에 태어나 철이 드는 순간부터 인간은 망각하기 시작한다. 기억은 5가지 감각을 통하지 않고는 금세 사라진다. 
철학자 칸트는 노년에 치매에 시달리면서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한 번 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빠짐없이 메모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기 삶을 온전히 장악하기 위해 그가 벌인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다가오는 망각의 공포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몸부림친 노 철학자. 노력이 그를 망각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지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기억을 가꿀 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기억하고자 쏟는 헌신이엇다. 
사람들이 가장 아끼고 싶은 기억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다.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노력은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잊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망각이라는 축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예기다. 
10월31일 99세 생일을 맞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주민등록상으로 1922년생이지만 실제 태어난 해는 1921년 이다.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99가 되고 한자로 백(白)자가 되는데서 유래한 백수(白壽)를 맞았다. 
신 명예회장은 창업 1세대 중 거의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된 신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30억 원을 확정했다. 하지만 서울 중앙지검은 형(刑)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고령에다 말기 치매 등으로 거동은 물론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수형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령이라 이동이 어렵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광주지검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멀쩡하게 골프장에 나타난 것이 드러나 알츠하이머 와병설을 의심 받게 됐다. 
1960, 70년대를 풍미한 75세의 여배우 윤정희가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밝혔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분간 못하고 왜 거기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딸에게는 “나를 왜 엄마라고 부르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치매라는 병이 확인된 것은 1906년이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70년이 지난 뒤 1940년대 헐리우드 섹스 심벌 리타 헤이워즈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다. 헤이워즈는 62세이던 1980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69세에 숨졌다. 의학계에서는 헤이워스 덕분에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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