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한 끼를 위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여전하다. 최근에는 구직난 속에 직장을 구하기 힘든 젊은 층이나 생활고를 겪는 노년층의 생계형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범법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지만 생계형 범죄의 경우 우리사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잘못을 벌하기 전에 그들이 처한 환경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올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이른바 ‘장발장 범죄’ 대상자 167명 중 161명(96.4%)의 죄를 감경해 주었다고 한다. ‘장발장 범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한순간의 실수로 범죄자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울산 경찰은 지난 2015년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범운영 이후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장애·기초생활수급 등 사회적·경제적 보호가 필요하거나 정상참작의 이유가 있는 대상자를 심의위원회에 직접 출석케 해 스스로 변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런 절차를 거친 후 울산경찰은 2015년 68명, 2016년 130명, 2017년 262명, 지난해 194명을 감경 조치했다.

경찰이 밝힌 한 사연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 27일 울산 동구에 거주하는 A(55)씨는 집 근처 슈퍼마켓 앞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세제 통 2개를 가져갔다. 별다른 직업이 없고 몸이 불편한 A씨는 평소 폐지나 재활용 쓰레기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서 생활하던 중이었다. 이날도 주운 세제 통을 고물상에 주고 개당 2,000원을 받았다. 새 세제 통이 없어진 것을 안 슈퍼마켓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절도범이 돼 입건됐다. A씨는 지체장애 3급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A씨가 세제 통이 버려진 줄 알고 가져간 데다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 금액도 적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입건을 훈방 조치로 감경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A씨를 돕기 위해 석 연휴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생필품을 전달했고 이후 집 청소, 목욕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신상필벌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규범이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저지를 범죄까지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경감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생계형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제적 약자들을 잘 관리하고, 부조도 더 늘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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