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이지만
자연은 아름다운 봄꽃 향연 보여주고 있어
연달아 피는 꽃처럼 ‘희망릴레이’ 동참하자

허보경 울산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당분간은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연은 어김없이 봄을 가져와 우리에게 아름다운 봄꽃들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떨어져서 다양한 봄꽃 속에 피어나는 희망을 찾아보자.

추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 매화꽃이다. 매화는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와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꽃을 피워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조선 화가들의 화폭에서, 선비들의 시에서 사랑을 받았다. 엄동설한 가운데서도 은은한 향기를 품고 청초한 꽃을 피워 불의에 꺾일지언정 굴하지 않고 희망을 품겠다는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했다. 문인화(文人畵)에서 선비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매난국죽(梅蘭菊竹) 중에서도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첫 번째 화제였다.

버들가지에 초록 물이 오를 즈음, 매화꽃이 지나간 자리에 산수유 꽃이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수줍은 아가씨처럼 화사하고 어여쁜 살구꽃도 피어난다. 이 무렵이면 순결함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백목련과 자목련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목련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향화(北向花)라고도 불린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았던 봄꽃 중에 난초꽃이 있다. 서양란에 비해 크기도 작고 색채도 화려하지 않지만 청순한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지조 높은 선비와 충절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이겨내는 군자를 상징하기도 한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김동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어린 시절 마을 뒷산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진달래꽃은 두견새가 울 때에 핀다고 해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자생하는 진달래는 참꽃이라고도 하는데 그냥 따먹을 수도 있었고 삼월삼짇날에 핑크빛 참꽃 화전을 만들어 봄맞이를 했고 술로 빚은 진달래술은 두견주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았다. 진달래와 함께 우리나라 봄꽃으로 빼놓을 수 없는 꽃이 개나리일 것이다. 노란 개나리꽃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불렀던 ‘개나리 노란 꽃그늘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라는 고운 동요가 떠오른다.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이다. 봄이 오면 길을 따라서 만발한 개나리 꽃길을 걸으며 따뜻한 희망의 봄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일까.

봄이면 여기저기서 울려 퍼져 ‘봄캐롤’이라고 불리는 장범준의 ‘벚꽃엔딩’을 들으면, 봄은 벚꽃과 함께 시작되는 느낌이다. ‘벚꽃’하면 떠오는 진해군항제는 1910년 왕벚나무 2만여 본을 심은 후 1953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했다. 광복이후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 하여 냉대하기도 했지만 왕벚나무 원산지가 제주임이 밝혀지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진해는 더 많은 왕벚나무를 심었지만 올해는 군항제가 취소돼 그야말로 잔인한 4월이 돼버린 것이 안타깝다.

다행히 울산에서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을’ 출퇴근길에 눈과 마음에 담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노오란 유채꽃밭 사이의 신혼부부 사진은 제주의 상징이었지만 상춘객들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갈아엎었다고 한다. 울산의 태화강변에도 노랗게 펼쳐진 아름다운 유채꽃단지가 있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는 봄의 초입에 청초한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매화꽃에서부터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과 사랑스런 연인들을 불러들이는 노란 유채꽃에 이르기까지 봄 산천에 피어난 봄꽃은 사람들 저마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듯하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희망’은 단순한 바람만 갖는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꼭 이겨낼 의지를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접 꽃을 찾아가는 봄나들이보다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희망릴레이에 참여하며 멀리서 봄꽃을 보자. ‘함께하는 불안보다 조금 떨어진 희망’을 가지고 아름다운 봄꽃과의 조우는 내년을 기약하자. 봄꽃들이 릴레이 하듯 연달아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릴레이’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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