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게 했던 우리 전통은 지극히 미래지향적이었다.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치사(致仕) 제도가 그것이다. 곧 70세 치사였으니 정년이 70세요, 그 나이를 넘겨도 일할 수 있거나 필요로 하면 중복(重 卜)이라 하여 재임용도했다.
퇴직 후에는 자신이 누렸던 벼슬 품수(品數)보다 3품 낮은 허직(虛職)을 주고 나라에서 치주(致酒)라 하여 술과 고기, 치미두(致米豆)라 하여 양식까지 내려 그에게 축적된 경험과 지식, 지혜를 활용하는 반(反) 고용상태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치사노인은 고을이나 마을의 입법·사법을 하는 지방자치의 향직(鄕職)에 우선권을 줘 고령이라 하여 놀고 먹지는 않았다.
신라말의 국제적 석학 최치원을 비롯해, ‘삼국사기’를 지은 고려 때 김부식이 칠십 치사를 했고, 조선조에도 부지기수였다.
김성일은 말년에는 안동향수로서 향직을 맡았다. 늙은이들이 벼슬 차지로 과거 급제자들의 벼슬길이 5대1로 좁아져 권문세도 귀척들에게 접근하게 되었다. 거기에 부정부패가 기생한다 하여 실학자 이익(李瀷)이 이같은 칠십 정년을 맹렬히 비난했지만 영향받지 않고 이어내렸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사십이 안되었던 시절에 정년이 칠십이었다니 지금 노인 인력은 너무 사장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80세까지 월급 받으며 일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가전 양판점 ‘노지마’는 본사 사원, 현장판매원 등 직원 3,000명이 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노지마는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정착하는 상황을 고려, 자택에서도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노지마의 ‘정년 80세’ 는 일본 사회의 정년 연장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지마는 80세 정년으로 한발 더 나갔다. 빠른 정년으로 인조노인(人造老人)을 양산하는 현대 한국사회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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