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울산을 강타하면서 북구 주택가의 전신주가 부러져 차량을 덮쳤다. 우성만 기자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울산을 지나면서 울산해안도로에 있던 전신주가 넘어지고 파손됐다. 우성만 기자   
 

최근 연이은 태풍에 대규모 정전피해가 잇따르면서 도시가 마비되자 전국 '꼴찌' 수준인 울산의 낮은 전선지중화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전선지중화가 정전피해를 현격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 울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 전선지중화 비율이 최하위이기 때문에 이번 태풍에 피해가 더 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전력공사 울산지사에 따르면 울산은 전선지중화가 29.9% 진행됐다. 이는 전국 특·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이며 타 지자체의 지난해 지중화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특·광역시 지중화율은 서울 59.4%, 대전 55.2%, 부산 40.8%, 인천 40.0%, 광주 35.8%. 대구 31.9%로 나타났다. 울산은 지난해 25.2% 수준이었다.

지중화율이 낮다보니 강풍을 동반한 태풍에 정전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울산은 제9호 태풍 ‘마이삭’에 3만7,000여가구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3만7,664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정전피해 대부분이 강풍이 불면서 간판, 가로수, 신호등 첨탑 등이 날아와 전선을 때려 파손시키고, 전신주가 넘어지는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데, 지중화를 할 경우 이 같은 물리적 피해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어 피해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한전 울산지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중화 할 경우 침수에 취약할 수 있는 단점이 있음에도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하이선’ 접근 당시 울산 중구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커뮤니티를 통해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전선이 끊어져 불꽃이 튀는 아찔한 모습을 뉴스를 통해 봤는데, 너무 아찔하고 무서웠다”며 “우리 동네는 지중화가 돼 있어 저런 위험에 노출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안심이 됐다”고 전했다. 또 강풍이 세차게 부는 것 외에는 큰 피해는 없었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중화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울산시는 중장기 계획으로 지난 2014년부터 2030년까지 17개 간선도로 34km에 지중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은 총 1,800억원(시 900억원, 한전 900억원)이 투입된다.

울산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1개 노선에 대해 사업을 시행했으며, 8개 노선 10구간 10.42km를 한전, 통신사와 협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계획됐던 롯데백화점에서 여천오거리 1km, 무거동 울산대 정문에서 신복로타리 방향 1km구간 60억원 규모의 사업은 예산문제로 협약이 진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는 지중화사업도 목적이 도시미관개선 및 보행자 불편최소화를 위한 것이다 보니 시가지 주요간선도로에 집중돼 있다. 전국각지에서 전선지중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도시중심지 및 관광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 위험 지역의 정전 가능성을 반영한 지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 울산지사 관계자는 “지중화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단순히 재난피해방지를 위해 추진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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