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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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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9.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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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旅程)은 연정과 비슷하다. 그날 그날의 삶을 인생의 사업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인생의 즐거운 예술과 같다. 생활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분명 인생의 시(詩)다. 여행의 참맛은 인생의 의무에서 잠시 해방되는 자유의 기쁨에 있다. 여행은 우선 떠나고 볼 일이다. 행운유수(行雲流水)가 곧 여행의 정신이다.
참된 여행자에게는 항상 방랑의 즐거움, 모험에 대한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여행의 본질은 의무도 없고, 시한도 없고 일정한 목적지도 없는 나그네의 길이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 그 자체에 있는 것이요 여행이 즐거운 것은 그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어딘가 계속 이동하는 본성을 가리켜 인류를 ‘여행하는 자’ ‘길을 가는 자’라고 정의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호모 비아토르는 최대한 ‘언택트(비대면)’를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
지난해 교보문고 여행 베스트셀러 상위 20종은 세계여행을 주제로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 국내여행 책이 늘더니 지난달에는 상위 20위중 14종이 국내여행 소재 책이다.
국내여행 콘셉트는 비대면, 비접촉이다. ‘SNS에는 안 나오는 비인기 여행지를 모아뒀다’가 광고 카피인 책도 있다. 청정 여행지를 강조하며 섬 45곳을 안내한다. 반려동물 동반 숙소가 있거나 캠핑하기 좋은 섬도 알려준다. 당일치기 숨은 여행지 찾기,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여행하기 등을 주제로 한 책들도 인기다.
전국 관광지도도 여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반응이 좋아 지역별 지도에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추가하기도 했다. 여행블로거만 따라가지 말고 나만의 루트를 짜 보라는 취지다.
 연휴 기간 강원·제주 등 주요 휴양지에 일명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의 예약률이 예사롭지 않아 방역 비상이 걸렸다. 지자체들은 광광객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 우려로 ‘준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코로나를 위협하는 인간의 ‘여행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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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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