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공)  
 

4차 산업혁명·친환경 자동차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코로나19 위기까지 더해 자동차업계 불안정성이 최고조로 치달은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고용 안정을 선택하며 11년만에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였다.



27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기본급 동결’이 담긴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조합원 4만9,598명 중 4만4,460명(투표율 89.6%)이 참여해 52.8%인 2만3,479명이 찬성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노사는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11년만에 3번째로 임금을 동결하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파업이기도 하다.



이번 노사 협상은 이례적으로 쟁의권(파업권) 확보 절차도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상견례 이후 일정 횟수 교섭을 진행하다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그동안 교섭의 관행이었다. 무분규로 타결된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도 15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은 확보했다.

이는 ‘뻥’ 파업을 지양하고, 빠른 타결을 목표로 내걸었던 이상수 집행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노조는 대신 ‘고용유지’와 ‘상생’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교섭에서 연간 174만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 유지를 이끌어냈고, 정년연장의 징검다리격인 ‘시니어 촉탁’ 문제도 마무리 지었다. 시니어 촉탁은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신입사원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1년간 ‘촉탁직(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인데, 올해 교섭을 통해 기존 근무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의됐다. 앞으로 5년간 현대차 퇴직자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부품 협력사 지원을 위해 그룹사 차원에서 상생 협력프로그램 1조5,237억원 규모, 지역에서 울산시·북구와 800억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 별도합의안에 포함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만 찬반투표 찬성률이 52.8%에 그친 데 대해서는 적잖은 조합원들의 실망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성과급 등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역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찬성률은 △지난해 56.4% △2018년 63.39% △2017년 61.06% 등으로, 2014년 5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조합원은 “기본급 동결은 이해하면서도 성과급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라는 데서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추석 연휴 이후 교섭이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고,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많지 않다는 불안감이 퍼져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28일 오후 2시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금협상을 모두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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