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곧 제 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다. 이미 12일부터 홈페이지(www.umff.kr)에서 온라인 상영관과 자동차 극장의 예매가 시작되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어 아쉽기는 하나, 산 위의 자동차극장이나 5,000원 패스 하나로 100편의 영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상영관 등 국내 영화제 최초로 시도하는 형식으로 인해 보다 많은 관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더 풍성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향의 연령층에 추천할 만한 작품이 넘쳐나지만, 이 지면에서는 특별한 다큐멘터리 3편을 소개할까 한다. 개막작 <조스밸리의 클라이머>는 22분짜리 단편인데, 새로운 산악문화로 인한 지역의 변화를 담은 유쾌한 작품이다. 미국 유타주 남동부 조스밸리는 과거 탄광지역이었으나 석탄산업의 쇠락 후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바위를 찾아 클라이머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지역은 들썩인다. 처음엔 거지꼴로 나타나 바위를 기어오르고 있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해 배척했던 주민들도, 점차 ‘볼더링’이라는 스포츠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된다. 이제 볼더링의 명소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문화가 어떻게 지역경제와 맞닿아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 목도할 수 있다.

무려 3시간에 육박하는 길이의 작품 <봄이 가고 겨울이 온다>는 중국 산시성의 한 산촌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버린 산촌의 서글픈 현실이 ‘춘거동래(春去冬來)’라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쓸쓸하게 다가온다. 그리스 작품인 <토마토가 바그너를 만났을 때>는 같지만 다른 이야기다. 노인들만 남은 쇠락한 농촌이지만, 귀여운 할머니들의 반격을 만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지역공동체의 노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문화를 만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지역의 내일을 위해 우리 영화제 또한 앞장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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