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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도산성(島山城)인가, 울산 왜성(蔚山倭城)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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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환 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울산지부 운영위원
  • 승인 2021.02.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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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환 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울산지부 운영위원

 

 

아픈 역사 지우기 갈등·논란, 치유·보존 측면에선 필연적
왜군이 축조한 성 ‘학성공원’ 복원·철거 여부 명확히 해야
울산 오피니언들의 적극적인 논쟁으로 이참에 매듭짓기를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구총독부 건물인 국립중앙박물관의 해체 입안을 지시했다. 그 후 1995년 3월 1일 오전 10시 건물 앞 광장에서 광복 50주년 3.1절 기념 문화축제를 열고 해체를 선포했고, 이후 첨탑철거, 본 건물 해체 등이 진행됐다.


500년 조선 정궁의 혈맥을 누르며 지어진 조선 총독부 건물은 일제강점기 총독부 청사, 미군정기 미 육군사령부 군정청사,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됐다. 당연히 철거계획이 선포되고 준비 작업이 시작되자 철거와 보존에 대한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대한민국 정부와 제헌의회, 6.25전쟁중 서울수복 때 태극기를 올린 역사의 현장, 국립 중앙박물관 건물로서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총독부 건물 속에 한국의 반만년 역사유물을 전시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라는 학계의 주장과 조선 정궁을 훼손하고 일제의 조선 침탈을 증명하고 민족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히는 건물이므로 해체가 마땅하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렸다.

아픈 역사의 흔적 지우기와 치유와 보존 측면에서 갈등과 논란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며, 치열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때론 숨기고 싶은 역사이고 적잖은 고통을 동반한다 해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지역 울산에도 다양한 논의를 통해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미래를 위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곳이 있다.

도산성 또는 울산 왜성으로 불리고 있는 학성공원은 1597년 10월 정유재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축조한 성이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설계하고 아사뇨 유키나가가 16,000명을 동원해 40 여 일 만에 쌓았다. 해발 약 47m 학성산 정상에 망루와 철포, 토루와 목책 그리고 해자를 설치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큰 손상을 입은 왜군은 울산과 서생포에 성을 쌓고 장기전에 대비했다. 특히 울산 도산성 전투는 공격과 방어가 반복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1597년 조명 연합군이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으나 함락하지 못했다. 이후 펼쳐진 장기 봉쇄 작전으로 가토군은 식수와 식량부족으로 거의 전멸 직전에 이르자 성채를 불태우고 퇴각했다.

이후 400여년 간 왜군에 맞서 피 흘린 조상의 흔적들은 지워지고 잊혀 버렸고, 도산성은 후손들의 올바른 역사 정립을 기다리며 비바람을 견디고 있다. 도산성인가 울산 왜성인가의 물음에 우리는 이제 결론을 내야 한다.

학성공원은 1997년 10월 30일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호로 지정됐고, 이후 울산 중구청은 공원 정비계획 하에 일부 조형물을 세우고 산책로와 주차장 등을 보수했다. 그러나 길 끝은 거기까지였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장삼이사의 울산시민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긴 역사 속에서 찰나에 불과한 일본군의 점령 속에 쌓은 성을 우리는 보존해야 하는가.

둘째, 침략군이 쌓고 지금은 흔적도 희미한 왜성이 조선군이 이 땅을 지키려 목책을 세우고 성을 공격하며 피 흘렸던 흔적보다 보존 가치가 있는가.

셋째, 왜성의 흔적을 보존하고 울산왜성으로 불려도 방치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이며 어떤 역사적 함의가 있는가.

넷째 400여 년 전의 아픈 역사의 기록을 우리는 지워야 하는가 아니면 복원하고 기억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방법과 방향은 무엇인가.

다섯째, 결론에 이르기를 400여 년이 필요했다면 앞으로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질문을 바꾸어 이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역사적 소명의식은 있기는 한가.

여섯째, 방치에 가까운 보존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학성공원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그리고 울산시와 중구청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오랜 세월 말없이 발전하는 울산을 지켜보며 때론 도산성으로 혹은 울산 왜성으로 불리며 역사의 강을 건너온 울산의 아픈 혈 자리, 보존해서 역사로 남길 것인가 철저히 흔적을 지워 민족적 자긍심을 다시 세울 것인가 아니면 철거 후 폐허로 방치해서 역사의 교훈으로 남길 것인가를 이제 울산의 오피니언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시작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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