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울산중부도서관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글사랑학교 수업이 재개돼 어르신들이 교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3개월만에 재개된 수업에 어르신이 열중하고 있다.  
 
   
 
  ▲ 이날 첫 수업은 국어 수업. '광고의 숨은 뜻'쪽을 배웠다.  
 

“묵고 자고 묵고 자고 병원가고 지업어 죽을 뻔 했심더”
2일 오후 2시 코로나19로 꼭꼭 닫혀 있던 울산중부도서관 2층 교실 문이 3개월 만에 활짝 열렸다.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글사랑학교 수업이 드디어 다시 시작된 것.
수업은 2시에 시작되는데 훨씬 이른 12시 남짓부터 어르신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한 좌석씩 띄어 앉았고, 사이에는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됐다.
어르신들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의 안부를 건넸다.
“우째 지냈냐”질문에 대부분 “코로나 때문에 어데 가지도 몬하고 한글공부 다시 시작하기만 지달렸다”, “집에서는 공부가 안되더라. 전에 배운 거 다 이자버렸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날 첫 수업은 국어 수업. 신진영 교사가 교실에 들어오자 어르신들은 단원 '광고의 숨은 뜻'쪽을 폈다.
울산중부도서관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글사랑학교에는 21명의 지역 어르신들이 공부하고 있다. 나이는 최연소인 66세부터 최고령인 80세까지로, 평균 73세다.
모두 할머니들로, 어린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근처에도 못 가본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근처 중구에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반장인 정영숙 어르신은 남구 야음동에 거주하며 걸어서 등하교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들은 현재 3단계 교육과정을 배우고 있다. 일반 초등학교로 보면 5~6학년인데 한 단계당 1년 과정의 교육이 진행된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수업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올해 2월에 마무리돼 영광의 졸업을 했겠지만 지난해 수업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올 7월에야 학사모를 쓸 수 있게 됐다.
초등과정을 이수하면 일부는 방송통신 중학과정으로 가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한글공부를 더 하고 싶어 초등과정에 남기를 희망한다.
어르신들의 뒤늦은 공부는 대부분 가족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어르신은 한글공부 하는 것을 며느리가 알까봐 교재를 숨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린 며느리는 오히려 지지해 줬고 어르신은 마음 편하게 집에서도 교과서를 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걱정하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글사랑학교를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글공부도 같이 하고, 봄·가을이면 장생포고래박물관, 방어진 울기등대, 경주 등으로 현장학습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반 동무들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다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다는 최고령 변영자 어르신(1942년생)은 “시도 써보고, 영어도 배우고, 곱셈도 배우고, 동무들도 만나니 치매가 내 근처에 왔다가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영 교사는 “처음에는 교과서를 거꾸로 들기도 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잘 못하시는 어르신도 종종 계셨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한글공부를 통해 세상에 눈을 뜨고 소통하며 건전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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