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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경찰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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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2.05.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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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8월 30일 경북 경주경찰서에 자신이 이강석이라는 청년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 청년은 “아버지의 밀명으로 풍수해 피해 상황과 공무원들의 기강을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아들이 왔다는 소식에 이인갑 당시 경주경찰서장은 자식 뻘 되는 청년에게 “귀하신 몸이 여기까지 왕림하시니 영광이옵니다”라면서 극진히 대접했다. 경호차로 경주 일대를 둘러보게 하고 향응을 베푼 후 다음날 경주 인근 영천으로 모셨다. 

가짜 이강석이 들통난 것은 대구경찰서에서 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 않고 조용히 덮으려 했다. 이강석이 이승만의 양자이자, 국회의장 이기붕의 친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매일신문 기자가 대구경찰서에서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취재한 끝에 만천하에 알려져 가짜에 놀아난 경찰이 큰 웃음거리가 됐다.
이른바 ‘검수완박’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후 경찰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 정권 초기인 2018년 ‘드루킹’ 사건 당시, 경찰은 ‘드루킹’ 김동원씨를 체포한 뒤에도 한달 가까이 증거 확보에 필요한 추가 강제 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 보도로 사건 내용이 알려지고, 검찰의 보완 지시를 받고서야 드루킹 통신기록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부실수사와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 역할을 의도적으로 비하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취임 첫날 행안부 간부들에게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은 죽은 권력이든 산 권력이든 민생 범죄든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수사하는 일이다. 그 옛날 가짜에 놀아난 경찰처럼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경찰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운명을 맞이했다. 경찰은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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