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시인 ‘네 생각’ 육필원고  
 

네 생각

눈 감아도

환해 오는

기억의 무궁한 늪

숱한

사람들을

밤새껏 맞고 보내다

네 차례

네 차례에서는

한참 맘이 설렜다

●눈을 뜨고 있을 때의 한계성 시야와는 달리, 눈을 감으면 온 우주를 다 볼 수 있다는 아이러니적 말이 있다. 이는 눈을 감고 깊숙이 상상을 함으로써 보다 생각하는 대상의 초점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눈 감아도/ 환해 오는/ 기억의 무궁한 늪〉. 그렇다. 눈을 감으면 인생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속에서 차마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사람. 달아난 물고기가 더 크게 보이 듯, 인연도 끝이 난 다음에라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울림판을 빠져나온 맥놀이의 긴 여음 같다고나 할까.

●시조시인 권오신(權五信·1946년~ ). 아호는 현산(玄山). 경북 안동 출생. 안동교육대학 졸업. 1977년 샘터시조상 입상. 1979년 작품 《월외리에서》로 「시조문학」 천료, 한국문협 안동지부장, 경북문협 시조분과 위원장 및 감사 역임. 영남시조문학회 및 「오늘」 시조동인 회장 역임. 시집으로 『네 생각』(’95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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