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대표 벚꽃축제 중 하나인 '작천정 벚꽃축제'가 개막한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 삼남읍 작천정 벚꽃길의 벚나무들이 아직 봉오리를 터뜨리지 못한 채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을 맞았다. 이수화 기자
울산의 대표 벚꽃축제 중 하나인 '작천정 벚꽃축제'가 개막한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 삼남읍 작천정 벚꽃길의 벚나무들이 아직 봉오리를 터뜨리지 못한 채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을 맞았다. 이수화 기자
 

"2시간 걸려서 울산 왔는데 벚꽃이 없어 실망했어요."

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울산에서도 현실이 됐다.

지난 23일 울산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제5회 작천정 벚꽃축제'. 20℃ 이상의 포근하고 햇살 가득한 날씨에 한껏 기대하고 방문했지만, 벚꽃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작천정 벚꽃길 왕벚나무는 수령이 100년에 달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으뜸가는 벚꽃명소로 손꼽히지만, 올해는 행사장 들어가는 입구부터 산책로까지 전부 앙상한 가지에 꽃망울만 맺힌 채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축제는 시작됐고 대부분 벚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가족, 연인, 친구들과 손잡고 삼삼오오 도시락, 간식을 챙겨 작천정을 방문했지만 벚꽃이 없어 "괜히 왔다"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SNS를 통해 울산에서 벚꽃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친구들과 대구에서 내려왔다는 정지현(28)씨는 "꽃이 덜 폈으면 축제를 미뤘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멀리서 벚꽃 기념사진 남기러 시간 내서 왔는데 당황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기들이랑 놀아주러 산책 나온 가족들 말고는 딱히 즐길 것도 없다"며 "노래도 벚꽃엔딩 같은 봄 노래보단 7080 뽕짝 음악이 더 많이 나와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들 내외, 손주랑 함께 축제 놀러 왔다는 김봉석(62)씨는 "평생 울산에 살면서 봄이 되면 벚꽃을 보러 작천정을 왔지만 하나도 못 본건 처음"이라며 "그래도 손주랑 놀아주고 개막식 때 트로트 가수 볼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작천정을 찾은 상춘객들은 벚꽃을 보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불법 노점상이 들어서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호평하기도 했다.

가족들이랑 놀러 왔다는 이진희(30)씨는 "다른 축제들은 가면 축제 기간에 불법노점상이 많이 보여 불편했는데 울주군은 일대 사유지를 임차한 점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푸드트럭 음식들도 믿고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축제 기간 내 무허가 상행위 금지'라는 현수막이 붙어져 있었고, 푸드트럭은 총 12대로 탕후루, 버터옥수수, 쫀드기, 닭꼬지 등 위생 검증을 받은 곳들이 입점해 있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진정현(41)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점했는데 올해는 벚꽃이 늦게 펴 너무 아쉽다"며 "작년에 비하면 손님도 적어서 아쉽다. 다음주는 꽃도 만개하고 손님도 많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개막식부터 벚꽃이 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개막식 일정으로 행사 날짜를 조정할 수 없어 계획대로 진행했지만 다음주에는 꽃이 만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벚꽃이 메인이긴 하지만 버스킹, 추억의 교복대여, 옹기축제, 포토존 등 가족단위로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돼 있으니 벚꽃을 못 보더라도 알차게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며 "다음주 토요일에는 전통혼례가 예정돼 있어 볼거리가 다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천정 벚꽃축제에는 체험 부스가 총 17곳 정도 마련돼 있으며, 야간에는 LED조명으로 야간체험존도 운영된다.

꽃이 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행사를 연기했던 울산지역 벚꽃축제들은 오는 29일과 30일 잇따라 개막한다.

남구 무거천 일대 '제13회 궁(弓)거랑 벚꽃한마당', 중구 '약사벚꽃축제'와 '아름다운 십리벚꽃축제'가 열릴 계획이며 동구에서는 남목동에서 주전동을 잇는 고갯길과 '쇠평어린이공원' 일대에서 '남목3동 벚꽃축제'가 열린다.

또한, 북구에서는 온누리공원·화동못수변공원·오치골공원·무룡로 벚꽃길·강동축구장 등 지역 내 벚꽃 명소 5곳에서 벚꽃 로드 투어가 진행된다.

한편, 울주작천정벚꽃축제추진위원회 주최·주관으로 2017년부터 시작된 작천정 벚꽃축제는 지난해 총 41만명의 상춘객이 왔다 가며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최영진 기자 zero@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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