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이네 안방 정리 전 모습. 온갖 짐들이 정리되지 않아 발 디딜 틈 없다.  
 
   
 
  ▲ 수정이가 자신을 도와준 현대차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쓴 편지.  
 
   
 
  ▲ 수정이네 안방 정리 후 모습. 수정이가 그동안 바라던 깨끗한 책상이 생겼다.  
 

 

[울산매일-월드비전 공동기획] H-I Support (1) 책상에서 공부하고 싶은 수정이

 

80세 넘은 조모·정신장애 아버지·조현병 어머니와 함께 살아
친모 물건 수집 집착증에 온갖 짐 쌓여…거실 한쪽서 자기도
주거개선지원으로 집 새 단장…공부방도 생겨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각종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 가정에서 번듯한 방 하나 없이 겨우 지내고 있거나, 온 가족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쓰레기장으로 변한 집에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월드비전 경남울산지역본부와 실제 위기 현장을 살펴보고, ‘현대자동차 노사와 함께하는 H-I Support 캠페인’ 사례를 소개한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시대에 힘든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아동을 지원, 건강하게 보호받으며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됐다. <편집자주>

[울산매일-월드비전 공동기획] H-I Support (1) 책상에서 공부하고 싶은 수정이

수정(가명·17)이는 80세가 넘은 할머니, 정신장애 아버지, 조현병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정이 양육과 생계, 집안일은 모두 할머니 몫이다. 아버지는 단순 반복 작업 정도는 가능하지만 과거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받은 부채 이자를 겨우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전기세, 수도세마저 미납돼 수정이네는 간신히 버티고 있다.

수정이 할머니는 “그래도 내 새끼라고 뭐든 챙기고 해야 되니 아플 시간도 없고 일이라도 하나 더해서 애들 밥이라도 챙겨주는 게 내 일이라 생각했다”며 “나이가 들면서 일거리도 줄어들고 딸과 손녀 수정이를 이제는 어떻게 지켜줘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정이는 할머니와 거실 한 쪽에서 생활하는 처지다. 어머니가 물건에 집착하고 수집하는 증상이 심해 집 전체가 폐기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어려운 형편을 돕고자 건네준 물품들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집안 곳곳에 쌓여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수정이는 학습 의지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할머니는 미안함과 막막함에 목이 메는 심정이다.

할머니는 “엄마가 옷을 저래 쌓아두니 아이가 있을 공간이 어디 있겠냐, 잠도 겨우 잔다”며 “남들처럼 좋은 집에서 키우고 싶은데 이리저리 짐이 널린 집에서 양육한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안됐다”고 토로했다.

이랬던 수정이네는 현대자동차 노사와 함께하는 H-I Support 캠페인으로 깨끗하고 따뜻하게 변신했다. 주거개선지원을 통해 집 안에 있는 폐기물을 정리하고, 오래된 벽지와 장판을 뜯어냈다. 평소 수정이가 꿈에 그리던 공부방도 만들었다.

자신만의 방과 책상과 옷장, 침대가 생긴 수정이는 유치원 교사라는 꿈을 다시 꾸게 됐다. 물건 버리는 것을 싫어한 어머니도 바뀐 집을 보자 ‘새 집에 이사 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할머니는 “이번에 공사도 하고 방도 만들어주니 수정이가 무척 좋아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 방 청소를 할 정도”라며 “이렇게 신경 써준 만큼 앞으로 힘내서 아이를 더 잘 키워보겠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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