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보 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굳이 최고 가치의 국보를 꼽자면 제2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 소장)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을 만든 원리와 문자 사용에 대한 설명, 용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1906년~1962)이 1943년 1만원에 구입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문화유산’이라는 의미에서 호사가들이 1조원까지 제시한 적도 있다. 따라서 2013년 화재로 불타버린 뒤 새로 지어져 국보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던 숭례문을 대신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제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보 중 자격 미달이거나 아예 가짜로 판명된 168호·274호·278호는 영구 결번됐다.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제작 지역과 가치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지정 46년 만에 국보 지위를 잃었다.
19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귀함별황자총통(국보 제274호)’은 1996년 모조품으로 확인돼 지정이 해제됐다. 국보 제278호였던 ‘이형 좌명원종 공신녹권 및 함(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은 2010년 보물로 강등됐다. 
국보 번호는 일제 조선총독부에서 조선 문화재를 놓고 보존 가치의 우선 순위와는 관계없이 총독부에서 거리가 가까운 순으로 붙였다. 이에 따라 보물 1호는 경성 남대문(숭례문), 2호는 동대문(흥인지문) 식으로 번호를 부여했다. 해방 이후 방치되었다가 1955년 일제가 정한 순서 그대로 국보와 보물을 구분만 했다. 
11월 19일부터 ‘국보 1호 서울 숭례문’이 ‘국보 서울 숭례문’으로 표기가 바뀐다.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등록문화재를 표기할 때 지정번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지정번호가 가치 순으로 오인돼 벌어진 문화재 서열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1995년 국보 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와 1973년 국보 147호로 지정된 천전리 각석도 이제 번호없는 국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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