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울산 남구 경제정책과장

삼호대숲 철새홍보관, 공공기관 최초 제로에너지 건물 
단열 성능 극대화·신재생 에너지 활용해 자립률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 선도하는 경제적 대안으로 주목 뿌듯

 

울산이 자랑하는 태화강의 십리대밭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지만 철새의 낙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물의 흐름으로 만들어진 퇴적지에 형성된 대숲에는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먹이, 천적이 없는 널찍한 번식 공간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온다. 이른 여름부터 대숲을 하얗게 뒤덮는 1만여 마리의 백로떼와 10만 마리가 넘는 겨울철 진객 떼까마귀는 한국의 귀중한 자연자원이자 울산 남구의 대표적인 생태·관광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
십리대밭에서 노니는 철새를 제대로 관찰하고, 철새 생태 등 이모저모를 가장 편리하고 쉽게 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삼호대숲 주변에 위치한 철새홍보관이다. 철새홍보관은 철새 탐조객들이 꼭 들르는 남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지만, 여기가 친환경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 건축물이며, 그것도 공공기관 최초의 제로에너지 건물이라는 사실은 조금 덜 알려져 있다.
2019년 12월에 문을 연 철새홍보관은 연면적 929.05㎡에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이다. 태화강과 남산이라는 자연배경에 잘 어울리면서 조형적으로도 뛰어난 건물이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해서 온실가스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려는 전 지구적인 움직임에도 발맞춰 처음부터 제로 에너지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인 건물을 말한다.
에너지효율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 자연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됐고, 주차장과 홍보관 옥상에 최대 전력생산량 108k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 덕분에 단위 면적당 249.9kWh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비해 삼중유리, 고효율 전기식 냉난방시스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이 185.8kWh에 불과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이를 환산한 에너지 자립률은 133.9%에 이른다. ‘에너지 효율등급 1+++ 이상, 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이라는 제로에너지 1등급 건축물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 최초로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1등급 정식인증을 받았다.
게다가 철새홍보관은 내년부터 쓰고 남는 에너지를 한전에 되팔아 얻은 비용을 겨울철에 인근 주민들의 난방비로 제공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시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수십만 마리 철새의 분비물과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 지역 주민의 불편에 보답하고, 취약계층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철새홍보관이 철새라는 천혜의 자원을 널리 알리는 본연의 역할은 물론, 에너지제로 건물로 운영되면서 청정 남구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더 나아가 지역주민의 에너지 복지에 도움을 주는 일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관광 행태는 생태와 환경이 강조되는 ‘에코테인먼트’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성장의 패러다임도 지구온난화 대응이라는 화두에 걸맞게 저탄소 녹색이 대세다. 남구는 이미 3년 전 설계 당시부터 제로에너지를 표방했던 철새홍보관을 앞으로도 변화하는 관광 행태에 대비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추세를 선도하면서 주민과 상생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형 건축물의 새로운 모델로 삼을 생각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의 중심지 역할을 할 철새홍보관이 유가 인상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과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극복할 경제적인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어 뿌듯하다.

이성희 울산 남구 경제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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