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강하  
 

빗방울

빗방울은 혼자서 소리 낼 수 없다 어딘가에 부딪혀야 제 소리가 난다 피투성이가 되어 그 피투성이가 다시 쪼개어져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상대가 곧 나다

들어보라, 벽과 벽 사이 우산과 걸어가는 소녀의 가슴 치는 소리를 소녀의 어깨 위로 벌레 먹은 담쟁이 잎이 구겨지면서 돋아난 아릿한 정적을 후드득 구멍과 구멍 사이를 위로하는 명징한 소리를 그 소리들이 양철지붕을 통과하는 사이 우리 사이는 너무 현란해졌어 밤의 밑바닥을 굴리는 태양의 간주곡 같아 (하략)

경남 하동 출생

2010년 ‘시와 세계’ 등단

시집 ‘화몽’ ‘붉은 첼로’ ‘파랑의 파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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