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야간작업과 가연성이 크고 연소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우레탄 소재의 벽 마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 5일 오후 11시 40분경 발생해 소방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 신문 기사다. 소방관 3명 이상이 한꺼번에 희생된 것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때 건물이 무너져 6명이 순직한 이후 약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소방관 46명이 출동한 홍제동 화재 때는 주차된 차들이 가로막고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했다. 구조대는 불 속에 뛰어들어 집주인과 세입자 가족을 구출했다. 집주인이 “아들이 안에 있다”며 울부짖자 방화복도 입지 않은 소방관 10명이 뛰어들었다. 조금 있다 굉음과 함께 집이 내려앉으면서 6명이 순직했다.
“연기에 쓰러지기 직전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헬멧을 쓴 신(神)인가’ 하며 의식을 잃었다.” 작년 울산 주상복합 화재 때 33층 꼭대기에서 구출된 시민의 말이다. 
이번 평택 화재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에서는 2020년 12월 추락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대형 물류창고 화재는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2020년 4월에는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했다. 같은해 7월 경기 용인시 물류센터 화재에서는 5명이 숨졌다.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때도 소방관 1명이 희생됐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화재에서도 큰 불이 잡힌 뒤 소방관들이 내부로 진입했다가 다시 불이 확산돼 사고를 당했다. 판박이 사고가 반년 만에 되풀이된 것은 소방 지휘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순직 소방관 3명 중 조우찬(25) 소방교가 울산 출신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전사 출신인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소방관으로 특채 임용돼 송탄소방서가 첫 근무지였다.
‘신이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미국 소방관들에게 전해오는 ‘소방관의 기도’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라는 것이 신의 부름일까? 임무를 잊지 않은 소방관은 ‘그렇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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