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공급 전문기업, ‘스마트팜’ 산업에 뛰어들어
제어기술·설비 공급… 작물 생장 빅데이터 축적·분석 서버도 갖춰
‘디지털 트윈’ 기술 선보여 눈길 “사각지대·번거로움 ‘해소’ 기대”
“인구유출 감소 막기 위해 울산시 차원 스마트팜 산업 육성 필요”

 

   
 
  ▲ ㈜엠아이티가 개발한 스마트팜 ‘디지털 트윈’ 시연 화면. (㈜엠아이티 제공)  
 

 

  농업의 미래로 불리는 ‘스마트팜’ 산업에서 울산은 겨우 걸음마를 떼는 중이다. 대부분 스마트팜 기술기업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울산에는 저마다 분야에서 기술연구를 하는 신생기업들이 하나둘씩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수준이다.
울주군과 울산테크노파크(TP)가 ‘스마트팜 보급·확산 사업’을 통해 농가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들과 매칭되는 기술·설비 공급기업 중 울산지역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정적인 지원사업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설비 공급이 가능한 곳들만 추려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설비 공급기업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울산지역 기업이 있다. 제어기술과 설비, 작물 생육에 필요한 데이터까지 ‘원스톱’으로 공급하는 ㈜엠아이티(MIT)다.

  ㈜엠아이티는 조선, 석유, 화학, 플랜트, 건설기계분야의 지능화솔루션, 다시 말해 ‘스마트팩토리’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이다. 현대중공업에서 30여년간 공장자동화 등 업무를 도맡았던 민병수 대표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발판 삼아 2018년 1월 ㈜엠아이티를 설립했다. 핵심 소프트웨어를 독자적 기술로 개발하고, 국내외 다수 기업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엠아이티는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 공급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 ㈜엠아이티 민병수 대표. (㈜엠아이티 제공)  
 

  최근 ㈜엠아이티의 최대 관심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팩토리’의 제어기술을 공장설비가 아닌, 농업에도 적용한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팜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엠아이티 측은 밝혔다. 공장의 자동화공정처럼, 농장에도 각종 자동화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스마트팜’이기 때문이다.
㈜엠아이티는 온도, 습도 등 스마트팜의 환경적 요인을 제어하는 기술과 미니로봇을 활용한 농작업 자동화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파트너사인 프랑스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전장품을 적용하는 등 기존 스마트팜 설비와 차별성을 두고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작물의 생육환경에 적합한 ‘빅데이터 분석’도 ㈜엠아이티의 연구·개발분야 중 하나다. ㈜엠아이티는 빅데이터 서버 2호기를 운영하면서 작물 생육에 적합한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있다. △버섯류 △엽채류 △새싹인삼 △새싹보리 등 4가지 분야 작물의 생육데이터에 대한 연구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울주군 스마트팜 보급·확산사업의 공급기업인 ㈜엠아이티는 두서면에 버섯 재배용 컨테이너팜 설비와 제어시스템 등을 공급했다. 울산지역 첫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인 범서읍 구영리의 ‘뉴팜’ 설비 제작에도 함께 참여했다.
 

   
 
  ▲ ㈜엠아이티는 울산 울주군 스마트팜 보급·확산사업의 공급기업 중 유일한 울산지역 기업이다. 사진은 ㈜엠아이티가 울산 울주군 두서면에 공급한 컨테이너팜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엠아이티 제공)  
 

  ㈜엠아이티가 개발한 스마트팜 관련 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스마트팜 현장을 가상현실로 옮겨와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갖춘 기술이다. 이는 가상화 구현 인력을 별도로 두고 개발한 ㈜엠아이티의 야심작이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밭을 갈고 농약을 뿌리는 노동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작물의 생육 상태와 환경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농부의 ‘관심’은 꾸준히 요구된다. 매일 하루 30분이라도 직접 농장을 찾아가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스마트파머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엠아이티는 가상화로 만들어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재배사인 스마트팜의 작물 생육 상태를 어디서든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번 현장에 가더라도 눈길이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공간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공간에서는 ㈜엠아이티가 공급한 제어시스템을 가동할 수도 있다.

  ㈜엠아이티는 해외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팜에 대한 수요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국가에서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환경일수록 스마트팜이 빠르게 정착·확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엠아이티는 자신들의 제어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 스마트팜을 ‘모듈’로 수출길에 오를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했다. 공장 설비의 부품을 수출하듯, 스마트팜도 ‘모듈화’한 것이다.

㈜엠아이티는 농가의 수요에 맞춰 설비와 기술을 구성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공급 계획도 갖고 있다. 규격이 정형화돼 있는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판넬형·조립형 등 다양한 사이즈의 설비도 계속해서 연구·개발하고 있다.

 

   
 
  ▲ ㈜엠아이티가 공급한 울산 울주군 두서면 컨테이너팜 내부에 버섯이 자라고 있는 모습. (㈜엠아이티 제공)  
 

  ㈜엠아이티 민병수 대표는 스마트팜 산업이 울산의 새로운 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지역경제 기반산업의 변화와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질 퇴직자 등에 대비해 스마트팜 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민 대표는 “이미 수도권에서는 명문대 출신의 소위 엘리트 청년들이 스마트팜 산업에 뛰어들고 있을 정도로 산업 전체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은 최근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고, 앞으로 자동차와 조선업계에서 쏟아지는 퇴직자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들의 유출도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산업으로 ‘스마트팜’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평생 직장생활한 이들의 막막한 ‘제2의 인생 계획’을 스마트팜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단 것이다. 특히 대도시라는 큰 시장이 형성돼 있는 울산은 스마트팜 판로를 확보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거라 덧붙였다.
  도시재생 차원에서도 스마트팜을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폐교와 같이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는 시설물을 활용하면 ‘스마트팜’이란 새로운 생산기반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심 한가운데 공장은 들어설 수 없지만, 스마트팜은 다르다는 것이다.

  민병수 대표는 울산시 차원에서의 스마트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울산지역에서 스마트팜 산업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도·농복합도시인 울주군이 유일한데, 기초지자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울산시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민 대표는 “스마트팜 산업은 울산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지역에 기반을 둔 기술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울산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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