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울산의 시화, 대표하는 꽃이 장미로 선정됐다. 그 전까지 울산을 대표하는 꽃은 배꽃이었다. 울산시는 배꽃을 지우고 장미를 대표 꽃으로 정하면서 이렇게 사족을 달았다. <울산의 도심에는 장미의 매혹적인 향기가 묻어납니다. 명품공원과 더 해진 전국 최대 규모의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와 도심 곳곳에 심어진 장미 120만본을 통해 정열적인 장미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장미를 울산에서 제대로 보는 것은 장미 축제가 유일하다. 물론 주택가 곳곳에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이지만 이런 풍경이야 울산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장미는 지난 2006년 울산대공원 2차 구간에 장미원이 조성되면서 울산에 본격적으로 심어진 최신 아이템이다. 오래된 인연을 가진 배꽃은 그 때부터 장미에 밀렸다. 수백 년 전부터 울산시민들의 삶과 함께해 온 배꽃이 울산을 대표하는 꽃으로는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제 배꽃의 시대는 지나갔다. 울산과 장미는 국제적인 교류의 상징이 출발이다. 울산의 리더들이 장미의 도시 미국 포틀랜드 로즈가든에 반해 울산에 장미를 심었고 그 열기가 장미원과 장미축제로 번졌다. 식생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재배면적도 줄어드는 배나무는 억울하지만 대표 꽃자리를 내주고 지난 봄 살짝 피었다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런 우여곡절의 스토리가 있는 장미축제가 오늘부터 비대면으로 열린다. 대한민국 대표 봄꽃 축제의 부활이다. 울산시는 SK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발생으로 2019년 이후 중단됐던 ‘울산대공원 장미축제’가 3년 만인 올해 다시 시작한다. 오는 29일까지 닷새 동안 울산대공원 장미원과 남문광장 일원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오감 만족 체험형 축제’다. 울산의 장미축제는 격이 다르다. 여러도시들이 장미를 아이템으로 축제를 열고 있지만 울산 장미는 전국 최대 규모인 12개국 265종 300만송이가 위용을 뽐낸다. 단순히 장미를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코로 향기 맡고, 각종 실감 콘텐츠를 통해 삼차원으로 체험하는 말 그대로 장미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프로그램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꽃 축제가 열린다. 꽃이 피는 계절에 맞춰 관람객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축제라면 일회성 행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꽃 축제를 여는 목적과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울산으로서는 장미축제의 지속성을 위해 확실한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꽃 축제의 최종 목적은 지역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지역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측면이다. 무엇을 해야할지가 정해졌다면 이제 방향은 분명해진다. 이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일은 울산시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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