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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흙과 불, 철의 나라, 태화(太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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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훈 울산문화방송 PD
  • 승인 2022.08.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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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울산문화방송 PD


수수께끼 같은 울산 최초 지명 굴·아·화村

‘불이 있는 언덕’ 뜻으로 옹기·기와 연상돼
 태화강 흙· 달천의 철 만나 太和 문명 이뤄

 

  90년대 초에, 청와대에 18만장의 청기와를 납품했던 곳이 울산 굴화에 있던 기와공장이었다. 
 90년대 말엔 남창 동상마을에 있던 기와공장에서 세계최초로 황금기와를 구워 천태종 본산, 단양 구인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70년대 이후로 현 문화재청의 옛 이름인 문화재관리국에 기와를 납품했던 전국의 기와공장 6곳 중에, 5곳이 울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우연의 일치일까? 1960년대 이후로 전국에서 옹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 또한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울산에서 옹기와 기와를 많이 생산한 이유가 뭘까? 옹기와 기와를 구웠던 분들은 울산은 흙이 좋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특히 울산시청이 있는 신정동 일대의 흙은 기와나 옹기를 굽기에 전국에서 가장 좋았다고 한다. 
 태화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개펄이 있는 곳이 울산이다. 질 좋은 점토가 생산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울산이라는 지명이 등장하기 전, 최초의 울산지명은 굴아화촌(屈阿火村)이었다. 굴·아·화? 불이 있는 언덕이라는 뜻인데 불을 때는 '가마' 가 퍼뜩 연상된다. 굴화 인근엔 와와(瓦瓦)라는 지명도 있다. 와(瓦)는 기와나 질그릇을 말하는데 얼마나 많이 기와나 그릇을 구웠으면 와와 라고 했을까?
 우리의 기와 속에는 정치와 역사, 종교와 미술이 그 속에 다 들어있다. 왕조시대엔 임금이 바뀌면 기와 문양이 달라졌을 정도였다. 
 신라 유적에서 발견된 수키와의 막새에 새겨진 얼굴 문양은 신라천년의 상징, '신라의 미소'가 되었다. 신라시대 기와에 새겨진 문양만 해도 500종이 넘는다.
 기와와 같은 원리로 굽는 게 전돌이다. 쉽게 말하면 벽돌이다. 우리 조상들은 전돌로 담장을 쌓기도 했지만 전돌로 만든 최고의 예술품은 전탑이다. 현재 경북 안동지방에 문화재로 지정된 전탑이 몇 기 남아있지만 울산에도 과거에 전탑이 있었다. 바로 북구 중산리 전탑이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한반도에서 가장 화려한 전탑의 돌이 이곳 중산리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수습된 전탑의 돌이 경주 동국대 박물관을 비롯해 울산 인근의 박물관에 남아있는데, 전돌에 새겨진 불상과 기와집이 너무도 정교해서 보는 이가 깜짝 놀랄 정도다. 거기다 당시에 칠한 붉은 채색이 아직까지 전돌에 남아있다. 학자들은 대한민국 전탑의 효시가 바로 이곳 중산리전탑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이곳 중산리 전탑지에 대해서 발굴은커녕 이때껏 지표조사 한번 없었다.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풀무를 밟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쇠부리소리인데 북한과 제주를 포함해 한반도 쇠부리소리에 빠지지 않는 노랫말이 있다. "이 불매(풀무)가 어디 불매고? 경상도 도불매~" 도불매란 불매 중에 최고의 불매인데 노래속의 경상도 최고 불매는 어디일까? 바로 울산 달천철장이다. 달천철장은 한반도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대 채광유적이며 2천년 동안이나 철을 캤던 전 세계 유일한 제철유적이기도 하다. 달천철장 반경 40km 내에 철을 녹이던 제련로만 현재까지 100기 가까이 이를 정도다.
 이처럼 울산에서는 태화강의 좋은 흙과 영남알프스의 불(연료), 그리고 달천의 철이 만나 최고품질의 옹기와 기와, 전돌이 탄생했고 또 한반도 고대제철문화가 꽃을 피웠던 것이다. 이를 두고 '太和문명'이라 부를만하지 않을까? 수수께끼 같은 울산 최초의 지명 '굴·아·화'는 결코 우연히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이영훈 울산문화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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