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실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기본부터 지키기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것이 어려운 일
일상모여 사회·의식 수준 높이는 계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길

 

 민선 8기 자치시대가 닻을 올린지 한달이 지났다. 민선자치도 이제 27여년 어엿한 성년이 되어간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단체장, 의회가 출범하면 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나날들이 열린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선거에 임하며 내세운 크고 작은 공약들과 선거운동 기간 중 지방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자신들이 당선되면 이것만큼은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시간 내에 이러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성급해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자.
 우리는 걸핏하면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의 지방자치와 우리를 비교를 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깎아 내리고 있다.
 조금만 숨을 고르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의 지방자치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스위스 지방자치의 시작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848년 연방국가가 되면서부터이고, 영국의 경우는 1835년 도시법인법에 따라 178개의 선출형 다목적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된 때라 보면 그 역사는 거의 200여년이 되어간다. 그들의 지방자치도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바탕으로 여기까지 오지를 않았는가? 
 지방자치의 안착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 그들만 탓하지 말자. 우리 자신들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우리 모두의 의식수준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친 수준이 아닐까? 
 나 자신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기본부터 잘 지키자. 가장 쉬운 것이 기본이다. 기본만 잘 지키면 그렇게 복잡한 법(法)도 필요 없을 것이다.
 법(法)이란 한자어를 살펴보면 물 수(水)와 갈 거(去)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의미를 잘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 이치, 도리만 잘 지킨다면 우리가 법을 부담스럽고 두려워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쉬운 것 같아도 이를 지키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대형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장생포 방면 태화강변의 부둣길에는 신호등이 중간 중간에 있지만 과속 신호위반 카메라가 있는 곳은 한곳 뿐이다. 카메라 없는 신호등의 빨간불에 정지를 하면 지나가는 차량들이 신호를 지키는 사람을 비웃듯이 지나간다. 신호를 지키는 사람이 잘못을 한 것일까? 신호를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교통 방해자가 된 듯하다. 어쩌다 모든 차량들이 신호를 잘 지킨다 싶으면 커브길 모퉁이에는 어김없이 교통경찰이 신호위반을 단속하고 있다. 교통질서의 기본인 신호만 잘 지킨다면 신호위반을 단속할 일도, 기본을 잘 지키는 운전자가 불안을 느낄 일도 없을 것은 물론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의 인력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주민들 누구나가 손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이 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 아빠가 함께 찾는 웰리키즈랜드, 온 가족이 삼겹살을 구우며 더위도 피하고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문수힐링피크닉장, 인기드라마 주인공 우영우가 그렇게 좋아하는 고래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래박물관, 푸른 파도에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울산앞바다를 힘차게 유영하는 돌고래떼를 만날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서늘한 동굴의 기운을 느끼면서 지난날의 추억을 되돌리며 어린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태화강동굴피아 등이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세상 살면서 어디를 가나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지만 소위 말하는 진상 관람객도 종종 눈이 띈다. 내가 낸 세금으로 건립된 시설, 좀 험하게 이용한다고 무슨 문제냐? 혹은 소수의 사람이 좀 험하게 이용한다고 당장 이 시설들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태도는 모든 시설들을 아끼고 규정에 맞게 이용하는 다수의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행동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임에도 정작 자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막무가내인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한때 차량의 뒷 유리창에 "내 탓이오"라는 문구를 많이 붙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기본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기본만 잘 지킨다면 남에게 피해를 줄 일도 없고 자신이 피해를 입을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것이 기본을 잘 지키는 일인데도,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오늘부터라도 '나 하나 쯤이야'에서 '나 하나 만이라도'로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보자.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기본을 지키는 일상이 되면 이런 것들이 모여 사회를 바꾸고 우리의 의식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롭게 출발한 민선 8기도 마찮가지다. 모두가 기본에 충실한다면 조금은 느리고 더디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이춘실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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