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울산 북구 주민과 북구의회 의원들이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 시승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울산 북구 주민과 북구의회 의원들이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 시승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 트램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울산이 트램 도입에 나선 이유는 자통차 중심의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며 도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대중교통이 시내버스밖에 없다 보니 트램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지난 2018년 실시한 트램 도입 찬반 설문 조사에서는 트램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71.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교통 정체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보낸다. 무엇보다 트램이 1968년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후 아직까지 국내에 도입된 사례가 없어 피부로 와닿지 않고 있는 데다 울산 트램 첫 단추가 될 1호선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가 지연되면서 현실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울산시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타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울산 트램 노선도. (울산시 제공)
 

#여건 등 고려해 단계별 추진 계획

자가용 비율이 높은 울산은 시내버스 이용 기피가 심화되고, 도로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대중교통수단 요구가 늘어나자 시는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을 극복하고 시민들의 교통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트램 건설을 추진 중이다.

시가 계획 중인 트램 노선은 4개로 총연장 48.25km다. 2020년 9월 국토부로부터 승인·고시를 받았으며, 총 사업비는 1조3,000여억원이 예상된다. 세부적인 노선은 △1호선 동해남부선 태화강역에서 신복로터리까지 11.63km(정거장 15개소) △2호선 동해남부선 송정역에서 야음사거리까지 13.69km(정거장 14개소) △3호선 효문행정복지센터에서 대왕암공원까지 16.99km(정거장 15개소) △4호선 신복로터리에서 복산성당 앞 교차로까지 5.94km(정거장 8개소)다.

시는 1호선과 2호선을 우선 추진해 2027년까지 개통하고, 3호선과 4호선은 차후 개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에 1·2호선 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트램은 유가선도 무가선도 아닌 '수소'로 생각 중이다. 울산이 수소로 특화됐기 때문에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배터리를 활용한 무가선 트램의 경우 한번 충전하면 40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반면 수소는 200km까지 가능하고,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울산 내에 수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가선 트램보다 비용이 비싸고 아직 수소 트램 실증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

울산시민들도 트램 추진에 대해 적극적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트램의 조속한 건설을 바란다'는 등트램 관련 민원이 해마다 크게 늘었는데 △2019년 17건에서 △2020년 253건 △2021년 628건으로 3년 사이 36배 증가했다.

#16년 만에 예타 재조사 착수···높은 문턱 '난관'

울산시가 트램 도입을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예타를 통과한 적 있지만, 운영비 부담 등을 이유로 중단했다 다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수요를 분석하는 게 더욱 까다롭고 엄격해지는 등 예타의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호선은 과거 예타 통과를 했었기 때문에 지난 2020년 12월 기획재정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했고, 기재부는 지난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재조사에 착수했다. 2호선은 지난해 8월 예타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10월부터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써는 1호선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문제는 진척이 느려 사업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호선은 1년 5개월 만인 지난 8월에 1차 중간점검회의를 진행해 결과가 나왔는데 울산시가 예상한 비용대비편익(B/C) 1.06보다 낮게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B/C값이 기준인 1 이상 나와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시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계획을 조정해 이달 초 기재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이 계획으로 KDI의 2차 중간점검회의를 비롯해 분과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차 회의도 꽤 지연된터라 종료까지 얼마큼의 기간이 소요될지 예측할 수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11월 말이나 12월에 2차 점검결과가 나올 걸로 보고 있다. 예타 자체가 당초 계획보다 연장이 돼 통과할 수 있도록 앞으로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며 "시민들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예타가 통과되면 진행상황에 대해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울산 북구 주민과 북구의회 의원들이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9일 울산 북구 주민과 북구의회 의원들이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달 29일 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 시승 체험을 실시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29일 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 시승 체험을 실시했다.
 

#트램 의문성 제기, 시민들 참여 유도

트램이 과연 대중교통이 부족한 울산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시는 지난달 29일 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청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서 트램 시승 체험을 실시했다. 이번 시승 체험은 시가 신교통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램 도입 취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공감대 확대를 위해 트램 2호선이 통과하는 북구 지역 주민과 구의원 등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시는 북구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2호선 일부로 활용한다고 밝혀 북구 주민 간 갈등이 있었다. 시는 트램 노선 외 부지에 지방정원 등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지만 그동안 기차의 공해, 소음으로 고통을 겪었던 주민들이 트램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서 반대여론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자 이 같은 트램 시승 체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한 북구 농소2동에 거주 중인 정민자(58)씨는 "집 인근에 트램이 다닌다면 소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타 보니 생각보다 소음이 작고 느낌이 좋았다"며 "하지만 소음이 더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계획된 트램을 보면 노선이 짧기 때문에 집에서 접근성이 쉽도록 시내버스나 주차장 등을 이용한 연계 수단이 확실히 필요해 보인다"며 "울산도 트램이 빨리 도입돼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북구의회 이선경 의원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울산은 계획적으로 만든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시내버스도 구석 구석 연계가 되어있지 않아 불편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트램 노선을 보면 전부 일직선이라 결국 목적지에 가려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트램이 도입된다고 해도 출퇴근 시 자가용 이용이 크게 줄지 않을 거 같다. 자가용이 줄지 않으면 오히려 트램 도입이 교통 체증을 더 야기할 수 있지 않겠나"고 물었다.

이에 울산시 관계자는 "트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트램이 도입되면 노선에 따라 시내버스를 연계하는 등 대중교통 개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트램이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정확하게 빠른 시간 내 갈 수 있게만 되면 자가용 이용은 줄어들지 않겠나 싶다. 트램 도입 시 출퇴근 자가용 수요를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신섬미 기자

사진=심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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